Chapter 1

전자기


1-1 전기력

 중력과 같이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면서 중력보다 10억 배나 강한 힘이 작용한다고 상상해 보자. 그리고 이 힘에는 양(+)과 음(-)으로 분류되는 두 종류의 "물질"이 관계하고 있어서, 무조건 당기기만 하는 중력의 경우와는 달리 같은 종류의 물질은 서로 밀치고, 다른 종류의 물질은 서로 끌어당긴닥 상상해 보자. 이 힘이 범우주적으로 작용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이러한 양(+)의 물질들을 한 곳에 모아 놓으면 엄청난 힘으로 서로 밀치면서 사방으로 흩어질 것이다. 음(-)의 물질들을 한 곳에 모아 놓아도 결관느 마찬가지다. 그러나 양(+)과 음(-)의 물질을 골고루 섞어서 모아 놓으면 사정은 전혀달라진다. 다른 종류들끼리는 엄청나게 강한 힘으로 끌어당기지만 같은 종류들끼리는 거의 같은 세기로 밀쳐 내고 있으므로, 이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이 완전히 상쇄되어 견고한 혼합물을 이룰 것이다. 이러한 혼합물 여러 개가 가까운 거리에 놓여있다 해도, 이들 사이에는 아무런 힘도 작용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자연에는 이러한 힘이 존재한다. 바로 전기력(electrical force)이다.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물질들은 양(+) 전하를 띤 양성자와 음(-)전하를 띤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이들이 섞여 있는 상태에서는 힘이 완벽하게 상쇄되어 버리기 때문에, 우리 옆에 다른 사람이 서 있어도 당기거나 밀쳐내는 힘을 느끼지 못한다. 만일 힘의 일부가 상쇄되지 않고 남아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사람의 몸을 이루는 전자의 개수와 양성자의 개수의 비율이 지금처럼 1:1이 아니라 1.01:1이었다면, 다른 사람과 한 팔 간격으로 떨어져 있을 때 서로 밀치는 힘의 세기는 상상을 초웛한다. 과연 얼마나 강한 힘이 작용할까? 엠파이러스테이트 빌딩을 들어 올릴정도? 아니다. 건물 하나쯤 날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그러면 에베레스트 산을 들어 올릴정도? 아니다! 이런 경우, 두 사람이 서로 밀쳐 내는 힘은 지구를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물체들은 이와 같이 엄청난 세기의 힘이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단단한 강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강풍이 불어도 좌우로 8피트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위에서 말한 전기력이 모든 전자와 양성자들을 원래 있던 자리에 붙들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질을 원자적 스케일에서 들여다보면 일반적으로 양전하와 음전하의 개수가 일치하지 않으므로 '상쇄되지 않고 남은' 전기력이 존재한다. 양전하와 음전하의 개수가 동일한 물체 A, B가 서로 가까이 놓여 있을 때에도 이들 사이에는 커다란 알짜 전기력이 작용할 수 있다. 개개의 전하들 사이에 작용하는 전기력 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개개의 전하들 사이에 작용하는 전기력은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이다. 물체 A의 사이의 거리보다 가까우면 알짜 힘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당기는 힘이 미는 힘보다 더 커지므로, 두 물체는 여분의 전하가 없어도 서로 잡아 당기는 힘이 미는 힘보다 더 커지므로, 두 물체는 여분의 전하가 없어도 서로 잡아당기게 된다. 원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과 분자를 결합시켜 주는 화학적 힘의 정체는 전하의 균형이 완벽하지 않은 곳이나 거리가 아주 짧은 미시적 영역에서 작용하는 전기력이다.
 여러분은 원자가 핵 속의 양성자와 바깥쪽에 있는 전자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원자핵 속에는 중성자도 있지만 전하가 없으므로 다른 입자들과 전기력을 주고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장 다음과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전기력이 그토록 강한데, 양성자와 전자는 왜 서로 들러붙지 않는가?" 그것은 바로 '양자 효과(quantum effect)' 때문이다. 만일 우리가 전자와 양성자 사이의 거리를 강제로 줄이려고 하면, 전자는 불확정성 원리에 따라 더욱 큰 제곱 평균 운동량(mean square momentum)를 갖게 된다. 바로 이러한 '요동 현상' 때문에, 전하를 띤 입자들이 전기력에 의해 접근할 수 있는 거리에는 분명한 한걔가 있다.
 또 다른 질문도 제기할 수 있다. "핵자(양성자와 중성자)들을 단단하게 결합시켜 주는 힘은 무엇인가?" 양성자들은 원자핵이라는 좁은 공간 안에 다닥다닥 븥어 있으며, 다들 알다시피 이들은 모두 양전하를 띠고 있다. 그렇다면 양성자들은 엄청난 전기적 척력에 의해 원자핵 밖으로 튀어나와야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원자핵 내부에는 전기력뿐만 아니라 전기력보다 훨씬 강한 핵력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성자들 사이에는 사이에는 전기적 척력이 작용하고 있지만, 이들을 결합시키는 핵력은 전기력보다 훨씬 강하기 때문에 좁은 공간 안에서 단단히 뭉쳐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핵력은 전기력보다 훨씬 더 강하다. 그러나 힘의 세기가 \( 1/r^2 \)보다 더 빨리 줄어들기 때문에 아주 짧은 거리에서만 작용하며, 이러한 특성은 매우 중요한 결과를 초래한다. 원자핵 속에 들어 있는 양성자의 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원자핵의 크기가 너무 커져서, 극히 짧은 거리에서만 작용하는 핵력으로는 이들을 계속 붙들어 놓을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양성자를 92개 갖고 있는 우라눔의 원자핵은 매우 물안정하다. 핵력은 가장 가까이 있는 양성자(또는 중정자)들 사이에서 주로 작용하는 반면, 전기력은 훨씬 더 긴 거리에 걸쳐 작용하므로, 원자핵 내의 '모든' 양성자들 사이에는 전기적 척력이 작용한다. 물론, 원자핵 속에 양성자 가 많으면 많을수록 척력은 더욱 강해진다. 따라서 양성자가 92개나 되는 우라늄의 전기적 척력이 너무 강해서 거의 분열되기 직전의 불안정한 상태를 아슬아슬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태의 원자핵은 가볍게 "툭" 치기만 해도(작당히 빠르게 움직이는 중성자를 핵과 충돌시키면 된다) 두 조각으로 분열된다. 그리고 분열된 조각은 모두 양전하를 띠고 있으므로 엄청난 전기적 척력에 의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튀어 나간다. 이때 분열된 원자핵의 전기적 반발력에 의한 운동 에너지를 파괴의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 바로 원자 폭탄이다. 사람들은 이 에너지를 보통 '핵' 에너지라고 부르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전기적 척력이 핵력(인력)보다 커지면서 나타나는 '전기' 에너지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또 하나의 질문을 던져보자. "전자는 몸퉁이 전체가 음전하로 되어 있고 핵력도 작용하지 않는데, 왜 더 이상 분열되지 않는 것일까?" 전자의 내부에 음전하가 골고루 분포되어 있다면 각 부분은 다른 부분을 밀쳐 낼 것이다. 그런데 전자는 왜 우라늄의 원자핵처럼 분열되지 않는 것일까? 전자에 그런 '부분'이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긴 하는 것일까? 확실치는 않지만, "전기력은 서로 다른 점전하들 사이에서만 작용하는 힘이고, 저자는 하나의 점에 불과히기 때문에 자기 자신에게는 힘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할 수도 있다. 물론 이것은 짐작에 불과하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전자와 관련된 이 의문이 완벽한 전자기학 이론을 구축하는 데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 간단한 질문에 마땅한 답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 문제는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다룰 예정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질의 구조는 전기력과 양자역학적 효과의 조합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물질은 딱딱하고 어떤 물질은 부드럽다. 또 어떤 물질은 전기적인 전도체(conductor, 내부의 전자들이장롭게 이동할 수 있는 물질)이고 어떤 물질은 부도체 (insulator, 내부의 전자들이 원자에게 꽉 잡혀서 움직이지 못하는 물질)이다. 이러한 성질들이 어떻게 발현되는지는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일단은 매우 간단한 경우에 한하여 전기력의 특성을 살펴보자. 우선, 전기와 관련된 법칙을 먼저 언급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다[여기에는 자성(magnetism)도 포함되는데, 사실 전기와 자기는 동일한 현상의 다른 측면에 불과하다].
 전기력은 중력과 마찬가지로 전하들 사이의 거리으 ㅣ제곱에 반비례하는데, 이것을 쿨롱의 법칙(Coulomb's law)이라 한다. 그러나 '움직이는 전하'는 이법칙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없다. 전기력은전하의 운동 상태에 따라 복잡하게 변한다. 움직이는 전하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의 일부를 자기력(magnetic force)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것은 전기적 효과의 한 측면에 불과하다. 그래서 이들을 한데 묶어 "전자기(electromagnetism)"라고 부른다.
 전자기력이 따르는 중요한 일반적 원리를 알고 있으면 전기와 자기 현상을 비교적 쉽게 다룰 수 있다. 실험에 의하면, 어떤 특정한 전하에 작용하는 힘은 다른 전하의 개수나 운동 상태에 상관없이 그 전하의 위치와 속도, 그리고 전하량에만 관걔한다. 속도 \( \bf v \)로 운동하는 전하 \( q \)에 작용하는 힘 \( \bf F \)는

\[ \begin{align} \bf F &= q ( \bf E + \bf v \times \bf B ) && (1.1) \end{align} \ \]

로 쓸수 있다. 여기서 \(E\)는 전하 \(q\)가 놓여 있는 위치에서의 전기장(electric filed)이고, \(B\)는 그 위치에서의 자기장(magnetic field)을 나타낸다. 식 (1.1)로 부터 알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전하들로부터 야기되는 전기력이 두 개의 벡터 \( E, B\) 로 요약된다는 것이다. 이 벡터의 값은 전하 \( q \)의 위치에 따라 다르며,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또한 전하 \(q\)의 값이 달라졌을 때 이 입자에 미치는 힘은 전하량에 비례해서 달라진다(물론 실제 상황에서 개개의 전하들은 주변의 모든 전하들에게 힘을 행사하기 때문에, 한 입자의 전하량을 바꿔 놓으면 다른 전하들의 운동 상태가 달랃져서 장의 값이 바뀔 수도 있다).
 제 1권에서 우리는 한 입자에 미치는 힘을 알고 있을 때 입자의 운동을 예측 하는 방법을 배웠다. 식 (1.1)과 운동 방정식을 결합하면 \[ \begin{align} \frac{{\rm d}​}{{\rm d}​x}​ \biggl[ \frac {m \bf v }{ (1-v^2/c^2)^{1/2} } \biggr] = \bf F = q ( \bf E + \bf v \times \bf B ) && (1.2) \end{align} \]

가 된다. 즉, \(\bf E\)와 \(\bf B\)가 주어지면 전하를 가진 입자의 운동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다음으로 우리가 할 일은 \(\bf E\)와 \(\bf B\)가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알아내는 것이다.
 장의 발생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원리는 다음과 같다. 한 무리의 전하들이 움직이면서 장 \(\bf E_1\)을 만들고,또 다른 무리의 전하들이 장 \(\bf E_2\)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만일 두 무리의 전하들이 동시에 존재한다면, 발생되는 장은 다음과 같다. \[ \begin{align} \bf E = \bf E_1 + \bf E_2 &&(1.3) \end{align} \] 이것이 바로 '중첩의 원리(superposition principle)'이며, 자기장의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일견 매우 단순해 보이는 이 원리속에는 심오한 사실이 담겨 있다. 즉, 움직이는 '단일' 전하가 만드는 전기장과 자기장을 구할 수만 있다면 전기역학(electrodynamics)의 모든 법칙이 완성된다는 것이다. 전하 \(A\)에 자용하는 힘을 알고 싶으면 나머지 모든 전하 \(B\), \(C\), \(D\)···가 만드는 \(\bf E\)와 \(\bf B\)를 일일이 계산한후 이들을 모두 더하여 전체 전기장과 자기장을 구하고, 그로부터 전하 \(A\)에 작용하는 힘을 구하면 된다. 만일 단일 전하가 만드는 장을 간단하게 구할 수 있다.면, 이로부터 전기역학의 법칙을 깔끔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제1권의 28장을 읽은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단일 전하에 의한 장은 매우 복잡한 법칙을 따른다.
 전자기학의 법칙 을 가장 단순하고 쉽게 표현하는 방식은 여러분이 예상하는 것과 사뭇 다르다. 한 전하가 다른 전하에 미치는 힘을 나열하면 다 될 것 같지만, 사실 이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물론, 모든 전하들이 정지해 있는 경우에는 쿨롱의 법칙으로 기술하는 것이 가장 쉽다. 그러나 전하들이 움직이고 있으면 시간 지연 효과와 가속도 등의 요인 때문에 상황은 훨씬 복잡해진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는 전하들 사이의 힘에 관한 법칙을 나열하는 방식으로 전기역학을 서술하지는 않을 것이다. 곧 알게 되겠지만, 저닉역학의 법칙들을 가장 쉽게 다룰 수 있는 접근법은 따로 있다.